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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RIED GRANNY - 주객전도에 대한 생각

by 소소블리시스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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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CRIED GRANNY』표지 (출처:penguinrandomhouse.com)

이번 글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WHAT! CRIED GRANNY』입니다. 먼저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 책의 작가 Kate Lum에 대해 알아본 후에, 책 속에 등장하는 Patrick과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목적을 잃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 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림책 『WHAT! CRIED GRANNY』 이야기

이 책은 영국에서 1998년 『WHAT!』으로 출판되었다가 2002년 미국에서 『WHAT! CRIED GRANNY』로 다시 출판되었습니다. Kate Lum이 글을 쓰고 Adrian Johnson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표지에는 한 손에는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우유와 쿠키가 담긴 쟁반을 들고 계신 할머니와 한 손에는 여행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화분을 들고 있는 소년이 보입니다. 할머니와 Patrick이 서로 주고받는 눈빛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제목 밑에 "An Almost Bedtime Story"라고 적혀 있습니다. "almost"라는 단어에서 할머니와 Patrick의 하룻밤이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Patrick인데요, Patrick은 오늘 처음으로 할머니 댁에서 잠을 자려고 왔습니다. 할머니는 Patrick에게 이제 시간도 늦고 어두워졌으니 가서 잘 시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Patrick은 침대가 없어서 잘 수 없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어서 잠을 잘 수 없다고 계속 말합니다. 할머니는 그때마다 "What!"이라고 외치시며 문제를 해결해주십니다. 과연 Patrick과 할머니는 첫날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아트보드에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했는데요, 이 책의 그림에는 정말 다양한 색이 쓰여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색감뿐만 아니라 그림 속 인물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살아 있어서 그림만 보아도 대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나 카툰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재미도 가득한 책입니다.

 

작가 Kate Lum 이야기

이 책에 글을 쓴 Kate Lum은 New England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대학 진학을 위해 Canada로 이주한 이후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Kate Lum은 그녀의 자녀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책은 1999년 출판한 『Stanley and the No-Hic Machine』입니다. 자기 아들을 몇 분이라도 앉아 있게 하기 위해 쓴 『WHAT! CRIED GRANNY』라서 그런지 글의 진행이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할머니와 Patrick의 긴장감이 느껴지고, 원더우먼과 척척박사 같은 할머니의 활약이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Kate Lum은 자기 딸을 위해서 세 명의 완벽하지는 않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공주들의 이야기 시리즈인 『Princesses Are Not Quitters』, 『Princesses Are Not Perfect』, 『Princesses Are Not Just Pretty』를 썼습니다. 현명하고 바쁜 공주를 좋아하는 모든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공주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주객전도에 대한 생각

첫 장의 그림에서 할머니와 Patrick은 수직선 상에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Patrick이 할머니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그림책 곳곳에 할머니와 Patrick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 할머니와 Patrick이 함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신나는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창 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고, 할머니께서는 잠잘 시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사는 어린이들이 보통 몇 시에 잠을 자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9시 정도에 잠을 잡니다. 할머니께서 노을이 지는 시간에 잠을 자러 들어가라고 하시니, 더 놀고 싶은 Patrick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Patrick은 마치 자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이 할머니께 이것저것 요구합니다. 할머니는 최선을 다해 그 요구를 해결해 주십니다. 두 사람의 반대되는 최선이 팽팽하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떠오른 단어가 "주객전도(put the cart before the horse)"입니다. 주인과 손님이 뒤바뀌었다는 말로 원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우선순위가 바뀐다는 뜻입니다. 문자 그래도 적용을 해보면, 할머니가 집의 주인이고 Patrick은 손님인데, Patrick의 잠자리를 준비해주면서 주인과 손님이 바뀐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침대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오시고, 베개를 만들기 위해 닭장에 가서 떨을 구해오십니다. 행동의 주체였던 할머니가 오히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몰입한 나머지 물건을 만들고자 했던 원래 목적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일의 우선순위가 뒤 바뀌어 버린 것 같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물건을 만들다가 밤을 새우고 맙니다. 가끔 과정에 몰입하다 보면 어떤 게 더 중요했는지 놓칠 때가 많습니다. 안 자고 싶었던 Patrick과 재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물건을 만드시던 할머니가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둘이 함께 자는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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