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s IN THE PARK』 -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것.
이번 글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Voices IN THE PARK』입니다. 먼저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 책의 작가 Anthony Browne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후에 이 글에서는 한 가지 사건을 바라보는 네 명의 시선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림책 『Voices IN THE PARK』 이야기
이 책은 작가 Anthony Browne이 자신의 1977년 책 『A Walk in the Park』를 1998년 재구성하여 출판한 작품입니다. 『A Walk in the Park』에서는 해설자가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이었다면 『Voices IN THE PARK』에서는 같은 사건(공원으로의 산책)을 4명의 주인공, 각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형식입니다. 작가는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4명의 목소리를 모두 들려주는 것을 통해 한 가지 사건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공원으로 두 가족이 산책을 나옵니다. 한 가족은 엄마와 아들이, 다른 가족은 아빠와 딸이 각각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네 사람과 두 마리의 개가 공원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같은 공원에 있지만 각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다릅니다. 엄마는 앉아 있고, 아빠는 신문을 봅니다. 두 아이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네 사람의 표정도 다 다르며 주인공들의 기분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길의 풍경도 다릅니다. 목소리의 순서는 첫 번째 목소리는 엄마, 두 번째 목소리는 아빠, 세 번째 목소리는 아들 Charles, 네 번째 목소리는 딸 Smudge입니다. 각각의 목소리마다 글씨체도 다릅니다. 네 명의 주인공은 같은 시간에 공원에 갔지만, 공원의 색감은 각각 다릅니다. 같은 나무이지만 누군가 보는 것은 앙상하고 누군가 보는 것은 울창합니다. 이처럼 그림 속에는 글로 표현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입니다.
작가 Anthony Browne 이야기
Anthony Browne은 1946년 9월 11일 영국 요크셔 셰필드에서 태어나 1살 때 브래드퍼드(Bradford)로 이주해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Cleckheaton 지역의 문법학교(grammar school; 지금의 중등 교육과정)에서 공부하고 리즈 예술대학(Leeds Arts University)에 입학해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Anthony Browne은 대학을 졸업하고 3년 동안 맨체스터 왕립병원(Manchester Royal Infirmary)에서 의학 전문화가로 일했습니다. 작가는 이때 경험으로 미술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그림에 대해 더 많이 배웠고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경력 때문에 Anthony Browne의 작품 속 그림을 볼 때, 기이한(grotesque)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의 책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자세히, 여러 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또 리즈 예술대학에서 파트타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15년 동안 고든 프레이져 갤러리(Gordon Fraser Gallery)의 연하장 작업을 하였습니다. 고든 프레이져와 함께 일하면서 Anthony Browne은 눈사람부터 큰 눈을 가진 개, 고릴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타일과 많은 주제를 실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Anthony Browne은 이때 작업한 디자인 중 일부를 아동도서 출판사에 보냈고 그중 한 곳에서 Julia MacRae를 만나게 됩니다. Julia MacRae는 20년 동안 편집자로 Anthony Browne과 함께 일하게 됩니다. 1976년 『Through the Magic Mirror』를 출판하면서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합니다. 50편이 넘는 작품을 출판하였고 그중 1983년 출판한 『Gorilla』와 1992년 출판한 『Zoo』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Kate Greenaway Medal)을 받았습니다. Anthony Browne은 2000년에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s)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것에 대한 생각
이 책에서 산책하러 가는 이유 또한 주인공마다 다릅니다. 엄마는 개 Victoria를 위해서 산책하러 갑니다. 엄마는 아들보다 개를 먼저, 자세히 설명합니다. 공원에 도착한 엄마는 개는 놀 수 있게 풀어주지만 자기 아들 Charles에게는 "여기 앉아"라고 말합니다. 엄마에게는 마치 개와 아들이 바뀐 것 같습니다. 아빠는 산책하려는 이유가 집 밖에 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신문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을 보니 아빠의 상황이 답답할 것도 같습니다. 아들 Charles는 엄마가 산책을 가자고 했기 때문에 나왔습니다. Charles는 개 Victoria처럼 자기도 친구를 만나 신나게 놀고 싶습니다. Smudge는 지쳐 있는 아빠가 걱정되어서 아빠가 제안한 산책이 너무 반갑습니다. 개는 산책을 하고 아들은 옆에 앉아 있기를 원했던 엄마는 Charles가 친구를 만나 놀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반면 기분전환이 필요했던 아빠는 자신에게 친구를 만나 신나게 논 이야기를 재잘재잘 들려주는 Smudge로 인해 전보다는 훨씬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Victoria가 Albert를 만나 신나게 놀았던 것처럼, 자신도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Charles는 Smudge를 만나 놀랍도록 즐겁게 지냅니다. Smudge는 정말 정말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공원에 왔지만 돌아갈 때 마음이 더 무거워진 사람은 한 명인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도 입장과 관점에 따라 느껴지는 것은 다 다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나의 입장과 필요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엄마가 자신의 판단과 필요를 내려놓고 Charles의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 준다면 Charles에게 드리워져 있는 엄마의 그림자가 사라질 것 같습니다. 작가가 해설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대신에 4명의 목소리를 다 들려주는 것으로 책을 다시 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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