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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동아, 어디 가니? - 여성의 의사, 박 에스더의 삶

by 소소블리시스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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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동아, 어디 가니?』 표지(출처:씨드북 홈페이지)

『점동아, 어디 가니?』- 여성의 의사, 박 에스더의 삶

이번 글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점동아, 어디 가니?』입니다. 먼저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 책의 실제인물인 박에스더에 대해 알아본 후에, 누군가 가지 않았던 "길"을 걸었던 주인공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림책 『점동아, 어디 가니?』 이야기

2018년 5월, 글쓴이 길상효와 그린이 이형진이가 만든 책으로 출판사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은 각 장이 "점동아, 어디 가니?" 묻는 것으로 시작해서 "여기 간다", "이 것 하러 간다"라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묻고 답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또 글을 읽는다는 느낌을 넘어서 책 속의 주인공 점동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이 책은 주인공 점동이 편찮으신 방앗간 아저씨와 금순 엄마에게 병문안을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남성인 아저씨는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하셔서 다 나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여자는 의사한테 몸을 보여서는 안 돼!"라고 말합니다. 주인공 점동에게는 이 말이 "죽으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의사에게 가면 나을 수 있을 텐데, 살 수도 있을 텐데'하며 점동은 안타까워합니다. 여성인 금순 엄마는 병원에 가지 못해 손톱만 했던 종기가 주먹만큼 커져서 죽고 맙니다. 점동은 이화학당에 가서 공부도 하고, 정동교회에 가서 세례를 받아 세례명 "에스더"를 받게 됩니다. 여성들을 위한 병원에 계신 미국 의사 선생님께 통역을 해드리던 점동은 의사가 되는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책은 점동이 의사가 되는 과정과 의사로 살았던 점동의 나머지 삶을 그리며 마칩니다.

 

한국 최초 여의사, 박 에스더 이야기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의사인 박 에스더의 원래 이름은 '김점동'입니다. 김점동은 1877년, 서울 정동에서 딸만 넷인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납니다. 김점동의 아버지 김홍택은 선교사 아펜젤러를 도왔습니다. 김점동은 1891년 세례를 받고 세례명 '에스더'를 받았고, 1893년 박유산과 결혼하여 남편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가 됩니다. 김점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전문 병원 보구여관(保救女館)에서 활동하던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1865~1951)을 도왔습니다. 남편 윌리엄 제임스 홀이 발진티푸스에 걸려 사망하자 로제타 홀은 미국으로 귀국합니다. 늘 헌신적이며 영리했던 김점동을 아끼는 로제타 홀은 김점동 부부를 미국으로 오게 해서 김점동이 의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뉴욕 리버티에 도착한 김점동은 1895년 2월 리버티 공립학교에 등록하여 고교 과정 유학생활을 시작합니다. 뉴욕 아동병원에서 생활비를 벌며 틈틈이 대학 입학에 필요한 물리학과 수학, 라틴어 등을 공부합니다. 1896년 10월, 20살의 김점동은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Woman's Medical College of Baltimore)에 입학합니다. 1900년 6월, 각고의 노력 끝에 의과대학을 졸업한 김점동은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이자 여성 의학박사가 됩니다. 하지만 김점동은 의사의 꿈을 이룬 기쁨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1900년 4월 28일, 의대 졸업시험을 3주 앞두고 유학 생활 내내 힘겹게 노동하며 뒷바라지해주던 남편 박유산이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유학을 시작할 때에는 남편 박유산도 함께 공부를 할 계획이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부가 모두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녔습니다. 아내의 남다른 재능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아는 박유산은 공부를 포기하고 아내의 공부를 도왔습니다. 의사가 되어 귀국한 김점동은 보구여관에서 여성 환자들을 진료했고 간호양성소도 설립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여성치료소 광혜여원(廣惠女院)에서도 진료했고 한국 최초의 장애인 특수학교인 평양맹아학교와 여자성경학원에서도 가르쳤습니다. 또한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를 순회하며 매년 5천 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며 진료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심각한 과로로 폐질환에 걸린 김점동은 1910년 4월 13일, 그의 나이 43세에 10년의 의사생활을 마치고 사망합니다.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의사의 길을 걷다'와 같이 우리는 인생을 길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이 책의 그림에는 주인공 점동이 지나가고 있는 길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주인공 점동이 병문안을 가고, 학교를 가고, 교회를 가고, 유학을 가고,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는, 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길은 김점동의 삶과 같습니다. 글과 함께 그림을 보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김점동의 삶을 함께 되돌아본 기분이 듭니다. 점동이 걸었던 길은 누군가 이미 걸었던 길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싶어 하는 길도 아녔습니다. 여성은 의사에게 몸을 보여줄 수도 없던 시대, 여성은 의사가 될 수 없던 시대에 점동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갔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가야 할 곳을 알았고 걸어야 했던 길을 알았던 한 사람, 그 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한 사람에 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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