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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 - 그래도 여전히 그 사람

by 소소블리시스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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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 표지(출처: Yes24 홈페이지)

이번 글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뇌 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입니다. 노년에 가장 우려하는 병인 치매에 대해 알아보고,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고, "기억"은 잃어도 남아 있는 "감정"이 사람다움을 정의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치매라는 병에 대한 이야기

자의식과 감정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뇌과학자 온조 아야코는 65세라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를 2년 반에 걸쳐 관찰하며 기록하여 『뇌 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를 출판합니다. 저자는 치매라는 병에 대하여 뇌과학자의 관점에서 뇌과학과 심리학 등 다양한 연구 논문을 근거로 자세한 설명을 합니다. 치매란 어떤 뇌 질환이고, 주변 증상이라고 불리는 망상, 배회, 공격성 등의 정신행동증상은 왜 나타나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쉽게 설명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치매란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 외인에 의하여 손상 또는 파괴되어 전반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고등 정신기능이 떨어지는 복합적인 증상입니다. 치매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치매라고 알고 있는 것은 알츠하이머병(Alzheimer disease)으로 대뇌 피질세포의 점진적인 퇴행성 변화로 인하여 기억력과 언어 기능의 장애를 초래할 뿐 아니라 판단력과 방향 감각이 상실되고 성격도 변화되어 결국 자신 스스로를 돌보는 능력이 상실되는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치매에 걸리면 기억을 못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되며,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점점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럼 과연 치매에 걸린 사람은 여전히 예전의 그 사람일까"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기억과 그 사람다움에 대한 이야기

저자도 치매라는 병에 대한 고찰과 함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심합니다. 저자는 엄마가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해서, 이제까지 함께 살았고 지금도 옆에 있는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질문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사람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한 번은 저자의 엄마가 저자의 옷과 자신의 옷을 혼동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때 저자의 아버지가 저자의 엄마가 '변했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너의 엄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이번 일은 몰라서 그런 것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무언가를 모르게 되고 못하게 돼도 엄마는 엄마'라는 점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 사람다움'을 결정하는 것과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못하고는'는 다른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엄마를 관찰하면서 치매 환자라고 해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치매환자가 여전히 남아 있는 뇌 부위를 사용해서 자신이 놓인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죽기 전까지 남아 있는 이 적응력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살아낸 모습으로 '그 사람다움'을 정의해 보자고 말합니다. 저자는 치매환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무엇을 잊어버렸고, 무엇을 하지 못하게 됐는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을 존경해 주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그 사람의 존재 방식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치매 환자의 '그 사람다움'을 지켜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들을 향한 우리의 판단이 치매라는 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면서 내리고 있는지 되돌아봅니다. 환자들의 노력과 존재에 대해 너무 가혹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봅니다.

감정에서 찾아보는 그 사람다움

저자는 인지기능이 만든 '그 사람다움'도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감정이 만드는 '그 사람다움'도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감정'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정보가 올바르게 전해지지 않아 이상한 반응이 나올 때가 있지만, 정보가 올바르게 전해지면 치매 환자들도 예전과 똑같은 감정의 반응을 보입니다. 저자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로 나타나는 엄마의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감정은 타고난 개성이며 그 사람의 인생 경험에 의해 발달해온 능력이고 지금도 발전 중인 능력이라고 본다면, 치매환자인 엄마는 많은 것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살아 있는 존재에 더없이 중요한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서 엄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그 사람은 너무 감정적이야.',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감정을 이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나 이성적이지 못한 상태로 정의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에는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도 있고,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나누는 기준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우리가 보이는 감정은 잘 바뀌지 않으며 상당히 일관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판단이 먼저 일어날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설명하는 요소로 감정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기억을 잃으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닌 걸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감정이 남아 있는 한 여전히 '그 사람'이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다움'을 지켜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상충될 수도 있는 뇌과학자와 환자의 가족이라는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며 치매라는 병에 대해, 치매 환자에 대해, 치매 환자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판단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이해를 제시해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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